눈꽃
구솔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오전 8시 58분 50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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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꽃
봄이 되어 벚꽃나무는 벚꽃을 틔워낸다.
겨우내 내린 크고 작은 눈들
그것들 아니 버리고
죄다 가슴속 깊은 곳에 품어두었다가
비로소 움트린 어깨 피어볼 수 있을 때
제 몸 곳곳으로 작은 꽃망울들을 만들어 내어보낸다.
수줍은 듯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다가 그새 피어올라
지맘대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나 싶더니
이젠 아주 멀리멀리 자기 일부를 떼어 보낸다.
나 여기 살아있노라
한철 피어올라 지는 찰나의 아름다움일지라도
그 한순간을 사로잡는 절도를 가졌으니
순간과 영원의 차이는 한떨기 꽃잎보다 얇더라
넘치는 아름다움을 제 안에 가두지 못하고
허공에 흩뿌리고야 마는 이 봄의 슬픈 벚꽃이여
겨울의 인내를 담은 4월의 눈꽃이여
너는 오늘 나에게 찾아와
분홍색 봄이 되었다.
너 눈꽃, 봄의 상징이여
이 땅 위에 눈처럼 내려 눈같이 세상을 덮었으니
내 마음에도 깊이 스며들어 너의 영원한 향기를 새겨다오.